4·11 총선이 마무리됐다. 누구나 이번 총선을 물가폭등 같은 민생고에, 민간인 불법사찰 같은 기본권까지 침해당한 판이어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가 되리라고 예상했다. 당연히 야당이, 그것도 야권연대 협상을 통해 다수 후보를 단일화한 야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데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심지어 야권의 경쟁상대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야권에 과반의석을 내줄 수 없다”며 전국을 누볐다.
그러나 개표 결과는 정반대였다.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민주통합당 127석과 통합진보당 13석을 합해도 새누리당 의석에 미치지 못한다. 정권 심판론이 박근혜를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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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영 울산혁신네트워크 대표 |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압승하고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참패했다.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도 실패로 끝났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노동운동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배제된 채 아무런 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노동운동의 잘못도 크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의 실패를 거울 삼아 새로운 노동자당을 만들어야 한다. 울산과 창원에서 드러났듯이 분열한 진보정당에 조합원은 표를 던지지 않는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썰렁했던 현장과 저조한 투표참여율, 총선 패배로 나타난 원인이 무엇이겠는가. 울산 북구의 참패는 사실 예상된 결과다. 조합원들에게 김창현 통합진보당 후보는 오만하게 비춰졌다. 동구에서 북구로 왔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당선을 위해 노동자를 이용한다는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지역주민들에게 후보 자신의 이해타산을 위해 주고받고 넣고 빼는 모습이 그대로 목격됐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시작해야 한다. 당의 색깔도 모호한 대중정당이 아니라 노동자 중심성을 더 확고히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지지가 다시 돌아온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파로 갈라진 민주노총의 내부분열부터 치유해야 한다. 정파는 빨리 퇴각해야 한다. 조합원 월급을 받아 사조직 일을 하는 사람이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을 위기로 몰아가는 장본인이다.
“심판 원하는 국민, 대안세력으로 끌어내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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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
올해 초만 하더라도 심판으로 뒤집을 수 있다고 봤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민주통합당이다. 의회권력을 쥘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이를 갖다 바친 꼴이 됐다. 공천을 비롯해 잦은 실수를 했다. 심판이라는 여론이나 정세가 형성됐는데, 그들을 대안세력으로 끌어내는 데는 서툴거나 자신만 넘쳤던 것이 아픈 결과를 냈다. 너무 자만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절체절명의 위기감으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박근혜 대세론을 재점화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애초 예상했던 100석 수준에서 의석수를 과반으로 끌어올리면서 대세론을 굳혔다. 박근혜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의 참패를 4년 전 18대 총선과 같이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 묘하게 구도가 짜여졌다. 민주통합당이 주도권을 가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MB·새누리당이 독주할 수도 없는 지형이다. 독주를 막을 만한 견제세력은 만든 셈이다. 정책적으로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MB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노사 간 첨예한 입장차가 있는 문제에서는 철저하게 보수의 편을 들 것이다. 이번에 야권은 실기한 측면은 있지만 ‘나는 꼼수다’ 같은 감성정치의 한계를 분명히 알아차렸을 것이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야권연대 안에서 균열이 만들어지지 않고 대선까지 갈 수 있도록 갈등을 푸는 것이다. 거대여당 앞에서 두 개의 연대정당이 흔들리면 그들의 독주를 용이하게 만들 뿐이다.
“총선 결과 아쉽지만, 가던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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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호 한국노총 전략기획 처장 |
이번 총선에 임하는 한국노총의 주요 관심사는 노동계 후보 몇 명을 당선시키느냐가 아니었다. 한국노총이 창당주체로 참여한 민주통합당 안에서 노동의 기반을 확고히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원내 과반을 넘겨준 점은 아쉽다.
이번 총선을 통해 한국노총 출신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 5명이 국회에 진출했다. 또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박사와 비정규직 문제 전문가인 은수미 박사가 그동안 과소대표됐던 노동계를 대변해 국회에 들어갔다. 아쉬움 속에서 남긴 성과들이다. 이들의 국회 진출은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한국노총은 이들과 함께 비정규직 관련법과 노동시간 관련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개정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야권이 비록 과반에는 못 미쳤지만 절반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했다. 의회 권력과 대중투쟁의 힘을 모아 대선까지 나아갈 것이다.
물론 조직 내부의 정치적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 대중조직이 부딪히는 필연적 과제다. 조직적으로 설득하고 함께할 것이다. 대의원대회 의결을 거쳐 정해진 공식적 정치방침을 이행해 나갈 것이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한국노총은 정당 내 노동의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처음의 목표에 충실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내실을 다져 나갈 것이다. 총선 지원활동에 집중하느라 중단됐던 민주통합당 당원 확대사업과 당내 노동위원회 강화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다가오는 대선을 준비할 것이다.
"민주노총 내부혁신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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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봉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
총선 평가를 하자면 일단 여소야대 상황을 만들지 못한 것이 일차적 문제다. 진보진영의 목표인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실패했다. 특히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영남권 벨트에서 모두 실패하고, 비례후보에도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 말고는 당선되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결과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화 방침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나 싶다.
울산과 창원에서 참패한 이유는 기존 진보진영 세력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뉘면서 나타난 갈등이 노조 조합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고 본다. 노조 입장에서 볼 때 두 정당으로 나뉘어 있으니 어느 한 쪽에 마음을 실어주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현대자동차나 주요 공장에서도 한쪽에서는 진보신당, 다른 한쪽에서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니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못했고, 노동자들에게 신명나는 선거가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선거 중간에도 울산과 창원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야권단일화 시너지가 발휘되지 않은 것은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자력으로 돌파할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 실력의 한계를 정확히 보고 내부혁신의 계기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노동편중 우려는 다소 해소 … 환노위 구성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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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철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것은 경영계로서는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경영계가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여소야대가 되고, 정치권에서 노동계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이었다. 일례로 노동계는 정치권을 등에 업고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했다. 노조법은 13년의 논의 끝에 노사와 여야가 합의해 개정한 법이다. 시행한 지 불과 2년도 안 돼 다시 개정한다는 것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경영계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비정규직 관련법이나 고용·노동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모든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총선에서 노동이나 복지문제에 관한 과도한 공약을 일부 내놓았고, 대선을 앞두고 더 내놓을 수 있다. 그리고 여야를 합쳐 노동계 출신 의원이 15명 정도에 달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동계 출신 의원들로 채워질 경우 노동편향이 심화할 수 있다.
어쨌든 경영계는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모든 국회의원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다.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총선 결과에서 나타난 국가의 안정과 지속적인 성장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국민의 뜻을 이행해 나가야 한다. 무분별한 복지확대가 아니라 안정된 노사관계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