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사람꼴’ 보는 운동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갓만디 작성일15-11-03 11:00 조회844회 댓글1건본문
협동조합은 ‘사람꼴’ 보는 운동
글쓴이 관리자 | 2015-10-29 | 조회 14
이춘숙 서울조합 이사
이춘숙 서울조합 이사는 평생 노동운동과 주민운동 현장을 떠나본 적이 없다. 작고 다부진 체구에서 단련된 ‘투사’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운전대를 놓지 않고 과천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권리와 자립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그가 금쪽 같이 귀한 말씀을 풀어놓았다.<편집자 주>
“너 보상심리 있었냐?”
남편이 노동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갔다. 그때 남편의 석방을 위해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분들과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사당동 철거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민운동을 하면서 처음 좌절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배신하고 뒤통수를 치더라. 언제나 내 편일 줄 알았던 사람이 돈에 눈이 멀어 한순간에 돌아섰다.
밤에 곤히 자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났다. 누가 내 집을 ‘오함마’로 부수고 있었다. 철거반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랑 가장 가까운 주민이 내 집을 때려 부쉈다. 나도 복수를 하기 위해 몇날며칠 고민하고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차에 유영우 이사님이 보자고 하더라. 유 이사님은 행당동 철거투쟁의 산증인이자이주민운동의 대선배였다. 광화문 어딘가 지하다방에서 만났는데 내가 한참 하소연을 하자 대뜸 “너 보상심리 있었냐”라고 물었다. 무엇을 바라고 운동을 했느냐는 얘기다.
내가 그런 게 어디 있겠냐. 나는 오로지 주민과 대의를 위해서 싸웠다. 그런데 그들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 이 한 몸 다 바쳐 희생하고 헌신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유 이사님이 그렇게 물으니 너무 속상했다. 마구 화풀이를 하고 있는데, 내 말이 다 끝나기를 기다리던 유 이사님이 한마디 툭 던졌다. “아님 됐고.”
집에 돌아와서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다. 지난 세월이 너무 억울했고 사람들이 야속했다.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엉엉 울다가 문득 내가 보상심리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순수하게 마을과 공동체를 위해서 일하면서 아무 보상을 바라지 않았다면 화가 날 이유가 없었다.
돈이나 권력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심리는 있었던 것이다. 성자가 아닌 다음에야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겠냐.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아니라고 부정하니까 어긋남이 생기는 것이다.
주민운동은 ‘사람꼴’ 보는 운동이다. 인간의 이기심, 추악함, 탐욕…이 꼴 저 꼴 다 봐야 하는 것이다. 그 꼴 보기 싫으면 그만 둬야 한다. 억장이 무너지고 피를 토하며 그 꼴 볼 수 있으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미련 없이 그만둬야 한다. 나는 더 이상 그 꼴을 보기가 싫었다. 미련 없이 떠났다. 2년을 쉬었다.
이익보다 사람이 먼저
노동운동은 어떤 사람이 꼴 보기 싫으면 쫓아내면 된다. 지가 나가서 머라고 떠들든 별 상관이 없다. 회사니까 안 받아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주민운동은 그렇지 않다. 회의 때마다 토 달고 다 결정된 것을 휘저어 놓는 사람이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쫓아냈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날마다 술 마시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욕을 해댔다. 그러지 마라 하면 나는 주민회 회원도 아닌데 뭔 상관이냐 했다. 주민은 그 동네 사는 사람이다. 옛날처럼 멍석말이를 할 수도 없고, 그가 이사 가지 않는 한 어쩔 도리가 없다.
내가 가서 싹싹 빌었다. 더럽고 치사해도 내가 무릎을 끓었다. 내가 잘못했다, 제발 다시 회원이 돼 달라고 사정했다. 그가 못이기는 척 다시 가입을 했고 내가 날마다 술을 사줬다. 나는 술을 못 마시니까 안주를 먹으면서 그가 하는 얘기를 다 들었다. 그렇게 하자 그가 어느 날부터 협조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동네 노인을 만났다. 손에 주렁주렁 ‘비닐 봉다리’를 들고 있기에 “노령연금 받으셨나 봐요, 맛있는 거 많이 사셨네”라고 무심코 한마디 했다. 그 날 이후 노인이 나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고 있었는데 주민이 알려주더라. 회장이 자기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나는 연금 받지 않으면 먹을 것도 못 사 먹는 사람인가?”
그 노인을 찾아가 무조건 빌었다. 미안합니다,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 며칠을 빌고 또 빌었다. 그랬더니 겨우 돌아앉더라. 사실만 놓고 보면 내가 잘못한 게 없다. 그렇지만 내가 무심코 한 말이 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면 그건 내 잘못이다. 나는 좋은 마음으로 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세심하게 헤아리지 못한 내 불찰이다.
장마철이나 한겨울이면 비닐하우스촌에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일 나가지 않는 남자들이 맨날 술 마시고 싸우고, 마누라 패고, 노름하고…. 애들은 집에 있지 못하니까 밖으로 돌고 사고치고. 왜 그러냐고 물으면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집수리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서른여섯명이 10만원씩 출자했다. 조합원들은 모두 끝내 주는 기술자들이다. 그렇게 열심히 할 수가 없다. 회의를 하면 한명도 빠짐없이 다 나온다. 일거리가 들어오면 10퍼센트를 조합비로 떼고 나머지는 다 엔분의 일로 나눈다.
45만 원짜리 입주 청소 일거리가 들어왔다 치자. 인력업체에서는 15만원 떼고 30만원 준다. 세 사람이 일하면 10만원씩 돌아간다. 우리 조합은 10퍼센트 4만5천원만 뗀다. 40만5천원을 주면 다섯명이 일해서 8만원씩 나눈다. 돈을 조금 적지만 일자리를 나누었고 사람이 많은 만큼 일은 덜 힘들고 빨리 끝난다.
5명이 일하면 잘하는 사람도 있고 서툰 사람도 있다. 부족한 것은 채우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우리에겐 꿈이 있다. 인력업체를 전부 협동조합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으면 일반 인력업체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소개했다는 이유만으로 15만원을 떼는 것은 너무 하지 않는가.
주민운동은 먼저 자각한 사람이 조금 부족한 사람을 끌고 가는 공동체 운동이다. 협동조합은 필요를 자각한 사람들이 모인 결사체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가다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이 많을 것이다. 그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익보다 ‘사람꼴’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운동은 다 사람을 살리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부족한 얘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감사하다.
글쓴이 관리자 | 2015-10-29 | 조회 14
이춘숙 서울조합 이사
이춘숙 서울조합 이사는 평생 노동운동과 주민운동 현장을 떠나본 적이 없다. 작고 다부진 체구에서 단련된 ‘투사’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운전대를 놓지 않고 과천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권리와 자립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그가 금쪽 같이 귀한 말씀을 풀어놓았다.<편집자 주>
“너 보상심리 있었냐?”
남편이 노동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갔다. 그때 남편의 석방을 위해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분들과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사당동 철거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민운동을 하면서 처음 좌절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배신하고 뒤통수를 치더라. 언제나 내 편일 줄 알았던 사람이 돈에 눈이 멀어 한순간에 돌아섰다.
밤에 곤히 자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났다. 누가 내 집을 ‘오함마’로 부수고 있었다. 철거반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랑 가장 가까운 주민이 내 집을 때려 부쉈다. 나도 복수를 하기 위해 몇날며칠 고민하고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차에 유영우 이사님이 보자고 하더라. 유 이사님은 행당동 철거투쟁의 산증인이자이주민운동의 대선배였다. 광화문 어딘가 지하다방에서 만났는데 내가 한참 하소연을 하자 대뜸 “너 보상심리 있었냐”라고 물었다. 무엇을 바라고 운동을 했느냐는 얘기다.
내가 그런 게 어디 있겠냐. 나는 오로지 주민과 대의를 위해서 싸웠다. 그런데 그들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 이 한 몸 다 바쳐 희생하고 헌신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유 이사님이 그렇게 물으니 너무 속상했다. 마구 화풀이를 하고 있는데, 내 말이 다 끝나기를 기다리던 유 이사님이 한마디 툭 던졌다. “아님 됐고.”
집에 돌아와서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다. 지난 세월이 너무 억울했고 사람들이 야속했다.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엉엉 울다가 문득 내가 보상심리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순수하게 마을과 공동체를 위해서 일하면서 아무 보상을 바라지 않았다면 화가 날 이유가 없었다.
돈이나 권력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심리는 있었던 것이다. 성자가 아닌 다음에야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겠냐.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아니라고 부정하니까 어긋남이 생기는 것이다.
주민운동은 ‘사람꼴’ 보는 운동이다. 인간의 이기심, 추악함, 탐욕…이 꼴 저 꼴 다 봐야 하는 것이다. 그 꼴 보기 싫으면 그만 둬야 한다. 억장이 무너지고 피를 토하며 그 꼴 볼 수 있으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미련 없이 그만둬야 한다. 나는 더 이상 그 꼴을 보기가 싫었다. 미련 없이 떠났다. 2년을 쉬었다.
이익보다 사람이 먼저
노동운동은 어떤 사람이 꼴 보기 싫으면 쫓아내면 된다. 지가 나가서 머라고 떠들든 별 상관이 없다. 회사니까 안 받아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주민운동은 그렇지 않다. 회의 때마다 토 달고 다 결정된 것을 휘저어 놓는 사람이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쫓아냈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날마다 술 마시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욕을 해댔다. 그러지 마라 하면 나는 주민회 회원도 아닌데 뭔 상관이냐 했다. 주민은 그 동네 사는 사람이다. 옛날처럼 멍석말이를 할 수도 없고, 그가 이사 가지 않는 한 어쩔 도리가 없다.
내가 가서 싹싹 빌었다. 더럽고 치사해도 내가 무릎을 끓었다. 내가 잘못했다, 제발 다시 회원이 돼 달라고 사정했다. 그가 못이기는 척 다시 가입을 했고 내가 날마다 술을 사줬다. 나는 술을 못 마시니까 안주를 먹으면서 그가 하는 얘기를 다 들었다. 그렇게 하자 그가 어느 날부터 협조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동네 노인을 만났다. 손에 주렁주렁 ‘비닐 봉다리’를 들고 있기에 “노령연금 받으셨나 봐요, 맛있는 거 많이 사셨네”라고 무심코 한마디 했다. 그 날 이후 노인이 나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고 있었는데 주민이 알려주더라. 회장이 자기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나는 연금 받지 않으면 먹을 것도 못 사 먹는 사람인가?”
그 노인을 찾아가 무조건 빌었다. 미안합니다,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 며칠을 빌고 또 빌었다. 그랬더니 겨우 돌아앉더라. 사실만 놓고 보면 내가 잘못한 게 없다. 그렇지만 내가 무심코 한 말이 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면 그건 내 잘못이다. 나는 좋은 마음으로 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세심하게 헤아리지 못한 내 불찰이다.
장마철이나 한겨울이면 비닐하우스촌에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일 나가지 않는 남자들이 맨날 술 마시고 싸우고, 마누라 패고, 노름하고…. 애들은 집에 있지 못하니까 밖으로 돌고 사고치고. 왜 그러냐고 물으면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집수리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서른여섯명이 10만원씩 출자했다. 조합원들은 모두 끝내 주는 기술자들이다. 그렇게 열심히 할 수가 없다. 회의를 하면 한명도 빠짐없이 다 나온다. 일거리가 들어오면 10퍼센트를 조합비로 떼고 나머지는 다 엔분의 일로 나눈다.
45만 원짜리 입주 청소 일거리가 들어왔다 치자. 인력업체에서는 15만원 떼고 30만원 준다. 세 사람이 일하면 10만원씩 돌아간다. 우리 조합은 10퍼센트 4만5천원만 뗀다. 40만5천원을 주면 다섯명이 일해서 8만원씩 나눈다. 돈을 조금 적지만 일자리를 나누었고 사람이 많은 만큼 일은 덜 힘들고 빨리 끝난다.
5명이 일하면 잘하는 사람도 있고 서툰 사람도 있다. 부족한 것은 채우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우리에겐 꿈이 있다. 인력업체를 전부 협동조합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으면 일반 인력업체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소개했다는 이유만으로 15만원을 떼는 것은 너무 하지 않는가.
주민운동은 먼저 자각한 사람이 조금 부족한 사람을 끌고 가는 공동체 운동이다. 협동조합은 필요를 자각한 사람들이 모인 결사체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가다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이 많을 것이다. 그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익보다 ‘사람꼴’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운동은 다 사람을 살리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부족한 얘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감사하다.
댓글목록
운영위님의 댓글
운영위 작성일이거 협동조합 톡방에 링크 합니다.

마당쇠마을소개 